Bill Evans Trio - I Will Say Goodbye
Posted 2009/05/24 01:44온통 어수선한 하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정말 말 그대로 어수선 그 자체였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소식이다. 최진실씨가 자살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게 이 나라가 혹은 이 국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Bill Evans는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풍운아로 살다가 거짓말처럼 죽음을 맞이한 것만큼 닮은 구석이 또 있을까.
1977년 Bill Evans는 Warner Bros.로 이적하기 전에 Fantasy를 위한 마지막 앨범을 Michel Legrand 의 곡에서 빌려온 제목 – I Will Say Goodbye - 을 타이틀로 하여 녹음을 했다. 하지만 이 음반의 발매는 그가 죽던 해인 1980년 1월에 이뤄졌고 그 해 Bill Evans가 받은 두 개의 그래미 상 중 하나는 이 앨범 때문이었다.
그가 죽던 해에 발매된 이 묘한 느낌의 제목은 그의 죽음을 거짓말처럼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한 것처럼 보인다. ‘안녕이라고 말하겠지요’ 라는 제목의 앨범은 마치 그가 그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죽음은 정말 거짓말 같다.
거짓말 같던 그의 죽음 이후에 그의 음악은 살아생전 받았던 인정보다 더 많은 인정을 받았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모든 피아노 트리오는 Bill Evans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팀이 한 군데도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Keith Jarrett Trio (비록 키스 자렛 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로부터 요 근래 최고의 트리오 중 하나인 Brad Mehldau Trio까지 모두 Bill Evans에게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받지 않았다라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 방식은 Bill Evans Trio가 녹음한 1959년 ‘Portrait In Jazz’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후에 화성의 복잡성과 음악의 해석방식만 차이가 있을 뿐 형식은 아직도 Bill Evans의 방식 그대로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피아노 트리오를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은 아니지만 현대 피아노 트리오의 형식의 기틀을 닦았다는 점에서 그를 피아노 트리오의 아버지쯤으로 부르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결국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재즈의 형식으로 피아노 트리오를 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면서 살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 그렇기에 뇌물 스캔들은 그의 대표 이미지를 무너트리는 행위이자 이미지로 승부를 걸어온 그의 삶 전체를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자신이 당했다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2009년 5월 늦봄에 일어났었던 그저 그런 사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죽음이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가 어쩌면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이든지 좋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보다는 무엇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적어도 현재로선 말이다.
지금쯤 하늘 저 어느 편에선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Bill Evans는 만났을까. 만났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까. 설마 시시껄렁한 정치얘기는 아니겠지.
부디 편안히 잠드시길.
CA
| 2009/06/28 13:29 | PERMALINK | EDIT | REPLY |앨범 제목이 참 절묘했군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다 예언자인지도 모르겠네요. 에반스 이후의 재즈 연주자라면 누군들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 이런 노래는 부르지 말아야지. 잘 들었습니다. ^^